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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회사가 내 PC를 훔쳐보고 있다
[혼돈의 직장생활] 회사의 직원 PC 감시, 문제 없는 걸까?
2024. 01. 12 (금)

“얼마 전에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PC에 개인 인터넷 활동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고 공지가 내려왔어요. 보안을 위한 조치라며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는데, 제가 PC로 뭘 하는지 회사에서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께름칙해요.
동의서에 무조건 서명하라는 식이어서, 사실상 강제로 설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회사가 직원 PC를 감시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가요?”
동의서에 무조건 서명하라는 식이어서, 사실상 강제로 설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회사가 직원 PC를 감시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가요?”
<컴퍼니 타임스>에 회사의 직원 PC 감시와 관련된 사연이 들어왔는데요. 잡플래닛에 올라오는 기업 리뷰 가운데서도 제법 심심찮게 ‘PC 모니터 감시’, ‘재택근무 모니터링’ 등의 키워드가 발견되곤 합니다. 직원의 업무 PC를 감시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는 의미일 텐데요.
이런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 될 여지는 없는 것인지, 실시간 PC 감시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와 변호사, 인권 활동가 등을 통해 실정 및 대처방안을 알아봤습니다.
직원 PC 모니터링,
그래도 돼?
우선, 회사가 직원의 PC를 감시·모니터링 하는 방식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보안이 중시되는 회사에서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용 PC에서 직원의 근태 내역은 물론이고, 특정 사이트 접근 및 파일 업로드·다운로드 내역 등을 모니터링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안 및 노무관리를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면 이는 회사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합당한 조치로 볼 수 있어요. 회사 이익을 빼돌린 혐의가 있는 직원의 PC를 별도 동의 없이 열람한 사건에 대해 회사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기도 하고요. (대법 2009.12.24. 선고 2007도6243 판결)
그럼 회사가 직원의 PC를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들여다봐도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어요.
대표적인 예가 직원의 PC 모니터를 통째로 녹화하거나 미러링해 감시하는 것인데요.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에서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타인 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감청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요.
정보통신망법 제49조(비밀 등의 보호)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그런데 회사가 직원의 PC 화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면? 보안 및 노무관리의 목적을 넘어서 직원의 개인적인 메신저 대화 내역까지 감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죠.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관련 판례도 있어요. 모 학교 교장 B씨 등이 교사들의 컴퓨터에 설치한 원격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근무 상황을 동의 없이 감시하고 메신저 대화 내용을 출력하여 징계에 활용한 사건인데요. B씨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하나 변호사는 “근로자에게는 노동을 성실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업무 시간 중 개인의 사생활 자유가 상당 부분 제한되는 것은 맞지만, 업무 시간 내내 모니터를 공유해 직원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이 모두 공유가 되는 건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차단하는 내용이어서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판례도 있어요. 모 학교 교장 B씨 등이 교사들의 컴퓨터에 설치한 원격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근무 상황을 동의 없이 감시하고 메신저 대화 내용을 출력하여 징계에 활용한 사건인데요. B씨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하나 변호사는 “근로자에게는 노동을 성실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업무 시간 중 개인의 사생활 자유가 상당 부분 제한되는 것은 맞지만, 업무 시간 내내 모니터를 공유해 직원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이 모두 공유가 되는 건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차단하는 내용이어서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니터링 서비스 업체
“동의 구하면 문제없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부터 직원 PC 감시 사례도 폭증했는데요. 직원의 PC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일명 ‘보스웨어(Bossware)’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여럿 생겨났습니다.
A 업체에서는 “직원들의 PC 화면과 메신저 대화 모니터링, 마우스·키보드 움직임 감지, 근무 위치 추적 등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감시 프로그램 사용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직원이 모르게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한지 해당 업체에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A 업체 답변 내용]
Q. 프로그램은 법적인 문제가 없나?
A. 사전에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진행하면 된다. 직원의 PC 화면에 개인정보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녹화 영상을 문책하는 데 사용하거나 공식적인 증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면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낫다. 개인 동의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법률적 대응은 직원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맞다, 아니다 라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Q. 직원 몰래 프로그램을 통해 감시하는 것도 가능한가?
A. 일반 모드는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에 로그인 해 근무를 시작하는 방식이고, 비공개 모드는 PC를 켜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화면에는 별도의 창이나 아이콘이 뜨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프로그램 설치/실행 여부를 모르게 할 수 있다. 비공개 모드는 관리자 웹페이지를 통해서만 다운로드/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이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
Q. 프로그램은 법적인 문제가 없나?
A. 사전에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진행하면 된다. 직원의 PC 화면에 개인정보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녹화 영상을 문책하는 데 사용하거나 공식적인 증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면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낫다. 개인 동의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법률적 대응은 직원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맞다, 아니다 라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Q. 직원 몰래 프로그램을 통해 감시하는 것도 가능한가?
A. 일반 모드는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에 로그인 해 근무를 시작하는 방식이고, 비공개 모드는 PC를 켜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화면에는 별도의 창이나 아이콘이 뜨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프로그램 설치/실행 여부를 모르게 할 수 있다. 비공개 모드는 관리자 웹페이지를 통해서만 다운로드/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이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A업체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밀히', 직원 모르게, 실시간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한 PC를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은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사전에 직원의 동의를 얻었다면 PC 모니터링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개인이 ‘공개하길 원하지 않는 사생활 및 비밀’을 보호하는 취지이기 때문인데요. PC 모니터링에 동의했다면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회사 대부분이 ‘개인정보수집 동의서’, ‘보안 서약서’ 등을 통해 PC 모니터링에 대해 포괄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만,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직원의 이메일, 메신저 등을 모니터링 하는 행위는 정보보호법 제49조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주경 변호사는 “이메일, 메신저 등에는 업무 관련 내용이 아닌 사생활 관련 내용이 많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직원 업무용 PC 활동 기록 감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메일/메신저 열람은 직원이 기밀을 유출했거나 회사 재산권 보호를 위해 긴급히 열람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사전의 포괄적 동의만으로 이메일/메신저를 열람하는 것은 합법화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회사가 사전에 직원의 동의를 얻었다면 PC 모니터링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개인이 ‘공개하길 원하지 않는 사생활 및 비밀’을 보호하는 취지이기 때문인데요. PC 모니터링에 동의했다면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회사 대부분이 ‘개인정보수집 동의서’, ‘보안 서약서’ 등을 통해 PC 모니터링에 대해 포괄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만,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직원의 이메일, 메신저 등을 모니터링 하는 행위는 정보보호법 제49조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주경 변호사는 “이메일, 메신저 등에는 업무 관련 내용이 아닌 사생활 관련 내용이 많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직원 업무용 PC 활동 기록 감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메일/메신저 열람은 직원이 기밀을 유출했거나 회사 재산권 보호를 위해 긴급히 열람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사전의 포괄적 동의만으로 이메일/메신저를 열람하는 것은 합법화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어요.
회사의 위법한 PC 모니터링,
이렇게 대처하세요
우선, 회사가 PC 모니터링 동의를 요구한다면 무턱대고 서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히 어느 정도 범위까지 모니터링을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을 때만 서명해야 한다는 건데요.
당사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강압에 의해 동의가 이뤄진 경우라면 추후 ‘동의 효력 무효’를 주장할 수 있긴 하지만, 강요에 의해 동의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하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에요.
직장갑질119 오진호 활동가는 “나중에 동의 효력을 다툰다고 해도 무효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내용에는 애초에 서명하지 않는 것이 낫다”면서 “근로자 본인이 사전에 엄밀히 판단해보고 부당한 처우이거나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내용 수정을 요구하거나 작성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회사가 동의 없이 직원의 PC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개인 메신저 기록을 훔쳐보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해 조치 및 피해구제를 요청할 수 있어요. 더 나아가 감청 등의 위법 행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동의 없는 감시는 불법, 회사가 동의서를 내밀어도 받아들이지 못할 내용에는 서명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에서 동의서를 내미는 데 직장인 입장에서 이를 끝까지 거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이라면요. 모르고 감시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나으니 동의라도 받는 회사는 그나마 양반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려봐도 직원 입장에서 기분이 썩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다 할 뾰족한 대응법을 찾긴 힘들다는 게,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아무쪼록 올해는 서로 믿고 신뢰하는 건전한 직장문화가 이뤄지길 바랄 수밖에요.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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